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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북 만드는 사람들...북메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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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8-02-15 13:07 조회8,4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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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메우기 기능 전수교육조교 이정기(왼쪽)씨와 기능이수자 김진철씨


화창한 초겨울의 하늘위에 구름들이 떠 흐르는 오후 어느 날, 며칠을 미루던 북메우기 장인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을 찾았다. 도로변 화원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은 비닐하우스 군락. 설마 이 비닐하우스 속의 한곳이 작업장일 줄은 몰랐다.

전화를 하고 마중 나온 이정기씨는 양말조차 신지 않았다.
“작업 중에는 양말을 신지 않아요.”며 웃음을 지어보이는 얼굴엔 약간의 수줍음을 엿볼 수 있었다.


화원들 뒤편으로 돌아가자 막다른 길에 비닐하우스가 있었고 안에는 또 한분의 기능인과 나무들, 난로, 여기저기 작업기구들만 눈에 들어왔다.
간단한 인사와 악수를 마치고 난로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3호 북메우기.
분명히 북메우기라고 했는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종목이다.
지난 199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계실 때까지 만해도 북메우기 종목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있다 악기장으로 통합되더라고요. 어차피 북메우기도 악기의 종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합의 이유였고요.”라며 말하는 이정기(48. 악기장 전수교육조교)씨는, “그래도 우리는 북메우기라 부르고 있습니다.”며 소탈한 웃음을 짓는다.

북은 나무로 만든 공명통에 가죽을 붙여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우리 전통 악기중 하나다.


북메우기란 가죽을 이용하여 북을 만드는 기술을 말하며 그 기술자를 고장(鼓匠)이라 불렀다. 북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가죽을 붙이는 일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옛날에는 북 만드는 일을 “북을 멘다”라고 했다.


북메우기라는 종목도 이런 연유에서 생겨난 종목이었다.


“스승이신 故 박균석(朴均錫) 선생님이 1979년 제4회 전승공예대전에서 ‘법고(法鼓)’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셨고 다음해인 1980년에 북메우기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셨어요. 그때 처음 북메우기 기능이 생겨난 겁니다.”며 김진철(56. 악기장 이수자)씨는 작고하신 스승의 추억을 떠올리며 말한다.

선생님이 살아계셨을 때는 북 만드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우리가 만든 북들이 전국으로 팔렸어요. 그때는 일손이 모자를 정도였으니까요.”며 말하는 김진철씨는,

“1989년 선생님이 돌아가시자 이상하게 여기저기서 북 공장이 생겨났어요. 게다가 IMF 때는 급격히 늘어나더니만 지금은 중국에서 값싼 물건이 거의 대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며 말한다.


故 박균석 명장이 작고한 후 북메우기의 기능을 故 윤덕진 명장이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2002년 윤 명장마저 작고한 후 현재 북메우기 종목의 기능보유자는 공석으로 남아있다.


이정기씨는 “1975년부터 이일을 시작했어요. 북 만드는 일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오고 있고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마지막이라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이정기씨의 입가는 씁쓸함을 머금고 있었다.


김진철씨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긴 했지만 길어야 석 달이었습니다. 작업환경도 열악하고 일도 고달프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컸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람들 누가 배고프고 지저분한 일 하려고 합니까?”라며, “나도 196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가 군 제대 후 잠깐 외도를 했지만 이일이 몸도 마음도 힘든 건 사실이니까요.”라고 말한다
북 제작하는 것은 단순히 나무와 가죽의 노동이 아니다.
나무를 만지는 목공과 가죽을 보는 눈과 다듬는 손, 게다가 단청작업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단계의 수작업을 요하는 일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가슴 아프게도 전통 북메우기의 맥이 끊길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이젠 전통 북메우기의 기능 계승은 거의 포기상태라고까지 말하고 있는 이들.


가슴 아픈 현실을 말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정기씨는 “전통 문화는 우리의 정신이고 혼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보존하고 계승 해야 하구요. 하지만 요즈음은 걱정이 많아요. 미래가 어두워 보이니...”라며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김진철씨는 “지금은 모든 문화가 세련되어 졌습니다. 동시에 전통문화도 세련되게 변해가고 있는데, 중요한건 정통을 잊어선 안된다는 겁니다. 정통성을 잃은 전통문화는 우리 것이 아닐 뿐 만 아니라 살아남지도 못합니다.”라고 말한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대대손손 내려온 우리의 전통 북메우기와 더불어 전통 기능이 하나씩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니 파랗던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오는 기분을 느꼈다.
전통기능을 온전히 보존하고 계승하는 길을 모색해야한다는 숙제를 다시 한번 짊어지며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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