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

장인명품전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는 국민

생명이 있는 옻칠...공예가 조한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8-02-15 11:57 조회10,823회 댓글0건

본문

우리 주변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활도구들이 많이 있지만, 항상 보아왔고 사용해 왔기 때문에 실제 그 소중함과 우수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숨쉬는 그릇이라고 하는 옹기는 수돗물을 담가놓으면 그 속의 박테리아나 유독성분이 분해된다는 것과, 방짜 그릇에 물건을 보관하면 그 생명력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 검증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옻칠한 그릇 또한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생활도구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지만 서구화 생활 속에 밀려 그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옻칠을 한 그릇은 단순히 그릇이 아닙니다. 우리의 몸을 생각하고 미적 아름다움을 알았던 우리 조상들의 과학성, 예술성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유산입니다.”라고 말하는 옻칠 공예가 조한구(55.서울 은평구 녹번동) 씨.


옻칠이란 옻나무에서 얻는 천연수지 유성도료를 말하는 것으로, 옻나무 표피에 상처를 내면 상처로부터 유회백색의 진이 나오는데 이를 생칠이라 한다.


옻칠은 예로부터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예로부터 금속이나 목공도장용(木工塗裝用)으로 가장 소중히 여겨왔던 도료로서 특히 칠기류에 많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생산량이 적고 비싸기 때문에 주로 미술공예품 등의 용도에 사용된다.

\"지금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옻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를 이용한 제품들은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할 만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렇게 뒤떨어진 제품을 우리 전통 옻칠이라고 속여 파는 것은 조상들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입니다. 나를 비롯한 전통 옻칠 공예가들은 반드시 제품에 낙관이나 상호를 찍어 제품에 대한 신용을 지킵니다. 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작가의 혼과 정성이 들어간 작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며 작가로서의 자부심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지속적인 연구 과정에서 옻칠의 우수한 성분과 작용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차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일부 상인들이 중국 등으로부터 값싼 가짜 옻칠 제품을 수입하여 전통 옻칠제품을 속여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 기법으로 옻칠을 해오고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심지어 전통 공예품의 설자리마저 깎아먹고 있는 실정을 비탄하는 조한구씨는, “뜨거운 물에 제품을 넣고 30분 후에 꺼내어 냄새를 맡아보면 외국산은 냄새가 납니다. 이는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으로 이런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것입니다.”라며 값싸다는 이유로 가짜 옻칠 제품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의 말을 전한다
“계란 흰자위에 옻칠 몇 방울을 떨어뜨려 먹으면 그 다음날 설사를 합니다. 이는 위 속의 노폐물이 빠져 나오는 것이지요.

이렇듯 옻칠은 위장병, 위암 등 속병에도 좋고 항암효과도 탁월하며 여자들에게는 냉증이나 월경불순에도 좋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옻칠은 도장재료로서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약용으로도 사용되었음이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의 기록에서 증명되고 있다.
17살 때부터 나전칠기의 생활화에 가장 공로가 컸다는 故 김진갑 선생으로부터 옻칠 공예를 시작해 작고하신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칠기장 김태희 선생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지금까지 전통방식 그대로 옻칠을 하고 있다는 조한구씨는,

“옻칠을 할 때는 속옷만 입고 일합니다. 바닥에는 물을 뿌리고요. 이렇게 해야만 먼지 하나라도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매끄럽고 아름다운 옻칠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며 까다로운 작업 방식을 소개한다.


“옻칠은 모두 7번을 칠합니다. 붓으로 칠하는 한 과정 한 과정이 각각 다릅니다. 남들은 손쉽게 기계를 이용하라고도 하지만 붓을 이용한 칠과 그렇지 못한 칠은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붓으로 칠하는 방식이 제대로 된 제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며 작업 과정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을 말하면서 앞으로도 전통방식만을 고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옻칠은 다른 도장재료와는 달리 습기가 있는 곳에서 건조된다.


“습도가 55~70% 정도, 온도는 20~25℃ 사이에서 옻칠은 건조됩니다. 상온에서는 굳지 않는 것이 옻칠입니다. 습도가 많으면 타버립니다(옻칠 색깔이 변색된다). 그래서 장마철 같은 기후에서는 조심해야합니다.”


까다롭고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 때문에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고 또한 전통 방식 그대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후계자가 둘 있는데 모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재료비와 공정 등을 생각하면 값을 내릴 수도 없고 기계로 대량생산할 수도 없으니 수입이 보잘 것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이런 일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이젠 아들 녀석이 군 제대를 하고 와서는 한번 해보겠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할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지만, 기술보다는 인내와 끈기를 먼저 가르치려 합니다.”라고 말한다.

전통 옻칠 공예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고난과 역경, 유혹 속에서도 한마음으로 지금까지 왔다는 자부심이라고 말하는 조한구씨는

“이일은 사람을 수양자로 만듭니다. 인내와 끈기가 없으면 가기 힘든 길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라며, “이제 자식들도 다 컸으니 생활 때문에 미뤄왔던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예목 옻칠 공방’이란 이름으로 생활용품을 만들어왔지만, 앞으로는 작가로서 작품을 계획하고 있다는 조한구씨는

“건칠 개인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칠을 전통 방식 그대로 표현해 보고 싶고, 전시장을 통해 시연과 체험 속에서 시민들에게 옻칠 공예를 올바르게 알리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라고 말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