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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칼럼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는 국민

최성종
최성종(동양문화연구소 부소장)
성균관 전 전례위원장
무형문화재 제 85호 석존(의례)부분 이수
성균관 유도회 서울금천지부 회장

우리나라 한국(韓國)의 정신(精神)에 관한 연구-3) 제사(祭祀와 효(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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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6-02 09:07 조회4,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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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사(祭祀와 효(孝)

ㄱ. 제사(祭祀)의 의의(意義)

  오늘날 동양에는 제사(祭祀)를 지내는 나라가 몇이 있는데, 대개 크게 나누면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하나는 공자(孔子)․맹자(孟子)․정자(程子)․주자(朱子)로 이어져 내려온 유가(儒家)의 전통적(傳統的)인 의식(儀式)과 방법(方法)으로 제사를 올리는 나라로 우리나라가 그 예이고, 또 하나는 청(淸)나라 만주족(滿洲族)의 의식(儀式)으로 제사를 지내는 나라로, 중국(中國)․대만(臺灣)․홍콩(香港)․싱가폴(新加波)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대륙에서는 대개 제사(祭祀)를 지내지 않고 있으며, 간혹 제사를 지낸다 하더라도 약식(略式)으로 간단하게 의식을 행하기도 하고, 또 전통적인 방식을 찾아서 제사를 지낸다고 하더라도 청(淸)나라 때의 제사 의식(祭祀儀式)으로 행하고 있다. 홍콩(香港)은 물론, 대만(臺灣)이나 싱가폴(新加波) 등에서도 제사를 행하는데, 청(淸)나라 때의 복장(服裝)과 의식(儀式)으로 제사를 행한다고 한다. 한 예를 들면 제사에 꿇어 엎디어 재배(再拜) 또는 사배(四拜)를 하는 궤배(跪拜)의 예(禮)를 하지 않고, 향(香)을 피워 들고 선 채로 허리를 세 번 굽히는 국궁(鞠躬)만 하기도 하고 또는 청(淸)나라 군례(軍禮)식인 마제수(馬蹄袖)로 궤배(跪拜)를 대신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韓國]의 제사 의식은 삼례(三禮=周禮․儀禮․禮記)와 주자가례(朱子家禮)에 의거하여 퇴계(退溪=李滉) 율곡(栗谷=李珥) 사계(沙溪=金長生) 한강(寒江=鄭逑) 우암(尤菴=宋時烈) 도암(陶菴=李縡)등이 계승하여 온 것으로, 공(孔)․맹(孟)․정(程)․주(朱)가 가르쳐 온 선왕(先王)의 예(禮)에 의거(依據)하여 제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현재 지키고 있는 제사의식(祭祀儀式)은 동양의 수 천 년 동안 지켜 온 전통적(傳統的)인 정통(正統)의 의식(儀式)이고 중국․홍콩․대만등지에서 지내고 있는 제사 의식(祭祀儀式)은 바로 만주족(滿洲族)의 야만스러운 의식(儀式)이라는 말이다. 효경(孝經)에 보면 공자(孔子)님 말씀에 "선왕(先王)의 법복(法服=법도에 알맞은 복장)이 아니거든 감히 입지 말며, 선왕(先王)의 법언(法言=법도에 알맞은 말)이 아니거든 감히 말하지 말며, 선왕(先王)의 덕행(德行=덕스러운 행실)이 아니거든 감히 행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조상(祖上)의 제사(祭祀)를 올리면서 조상(祖上)의 제사방식(祭祀方式)을 버리고 야만인의 방식(方式)으로 제사(祭祀)를 한다면 조상(祖上)의 모독(冒瀆)이 될 것이고, 공자(孔子)님께 석전(釋奠) 제사(釋奠)를 올리면서 공(孔)․맹(孟)․정(程)․주(朱)의 의식을 버리고 야만인의 의식으로 석전(釋奠) 제사(祭祀)를 행한다던가, 또는 적당히 새로 조작(造作)한 의식(儀式)으로 석전(釋奠) 제사(祭祀)를 행한다면 성인(聖人) 모독(冒瀆)이 될까 두렵다. 물론 청(淸)나라의 지배를 받을 때야 한족(漢族)의 전통 문화(傳統文化)를 찾을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청(淸)나라가 없어진지도 1세기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이르러서도 한족(漢族)의 전통 문화(傳統文化)의 정체성(正體性)을 찾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청(淸)나라의 예식(禮式)이라도 지난 400여 년 동안 계승되어 온 것이므로 그것도 중국의 전통 의식(儀式)이라고 안주(安住)한다면 찬란(燦爛)했던 화하(華夏)의 문화(文化)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제사를 지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제사에 대하여 부정적(否定的)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제사에 대하여 그 뜻은 알지 못하고 형식만을 행하고 있으며, 그 형식도 가가례(家家禮)라고 할 정도로 집집마다 같지 않은 점이 있다고 하면 곤란하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에 제사를 지내는 이유(理由)와 목적(目的)은 무엇이며, 그 순서(順序)와 방법(方法)은 어떤 것인가를 살피고, 그 의의(意義)와 가치(價値)에 대하여 찾아보고자 한다.

ㄴ). 제사(祭祀)를 올리는 목적(目的)
 
제사(祭祀)는 어찌하여 하는가? 원래 고대에 제사를 지내는 목적(目的)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제사에는 기(祈)가 있고, 보(報)가 있고, 유피(由辟)가 있다.” 첫째, 기(祈)가 있다고 하는 것은 주례 『周禮』에 이른바 “복상(福祥)을 기원(祈願)하고 영정(永貞)을 구하고 전조(田祖)에 기년(祈年)한다”는 것과, 시경『詩經』의 “봄(春)․여름(夏)에 기곡(祈穀)하는 류(類)”이니, 이것이 기(祈)이다.    보(報)는 복(福)을 받고 보답(報答)하는 것이니, 제례(祭禮)에는 대부분 보본(報本)하는 뜻이 많다. 그리고 유피(由辟)의 유(由)자는 용(用)의 뜻이요, 피(辟)는 미(弭)이다. 주례(周禮)의 이른바 재앙(災)과 전쟁(兵)을 그치게 하고, 죄와 질병을 멀게 한다는 유이니, 이것으로써 그치게 한다는 말이다. 하니, 제사를 지내는 목적은 첫째, 기복(祈福), 둘째 보답(報答), 셋째 피화(避禍)이다. 예로부터 이와 같은 세 가지 목적에서 모든 제사를 지냈다고 할 때, 첫째의 기복(祈福)은 자식이 없을 때에 자식을 낳게 하여 달라고 기구(祈求)하고, 농사꾼이 봄에 풍년(豊年)을 기원(祈願)하고, 비가 안 오면 비를 갈망하는 기우제를 지내는 등, 사람의 정에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보답(報答)은 풍년이 들면 가을에 감사하며 보답하려는 마음이오, 자손이 부모와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는 정성(精誠)이다.
  셋째, 피화(避禍)는 전쟁이나 질병이나 천재지변 같은 것을 피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러나 첫째의 기복(祈福)과 셋째의 피화(避禍)는 같은 욕구의 양면일 뿐이나, 둘째의 보답(報答)․보본(報本)은 입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정성(精誠)이니, 위의 세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면 기복(祈福) 피화(避禍)하려는 욕구와 은혜(恩惠)에 대해 보답(報答)․보본(報本)하려는 정성(精誠)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전자(前者)를 사사로움(私)이라고 하면, 후자(後者)는 공변됨(公)이라고 볼 것이다. 공자(孔子)의 제사(祭祀)는 바로 후자(後者)를 강조한 데 뜻이 있다. 즉 고대로 부터 내려오는 전자에 대하여 부정하려는 것보다는 후자(後者)를 역설(力說)한 데에서 참 뜻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조상과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에 대하여 감사하는 보본(報本)이요, 천지(天地)의 은혜(恩惠)에 대하여 감사하는 정성(精誠)일 뿐, 아무런 욕구나 욕심이 없는 것이 공자에 의하여 강조된 유가(儒家) 제사의 목적인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조상과 부모께 제사를 올리는 이유는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여주신 조상님과, 나를 길러 주고 사랑하여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정성의 표시일 뿐이니 즉 효도의 연장인 것이요, 어떠한 기복(祈福)이나 피화(避禍)를 원하는 욕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성스럽게 제사를 올리는 사람은, 자연히 만사(萬事)가 순탄(順坦)하게 되는 복(福)이 얻어지는 것이다.

ㄷ). 제사(祭祀)의 순서(順序)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서는 먼저 자신의 심신(心身)을 정결(淨潔)하게 하는 재계(齋戒)를 하여야 한다. 재계의 종류는 산재(散齋)와 치재(致齋)의 두 가지로 분류되니, 먼저 산재를 한 후에 치재를 하는데, 재계(齋戒)하는 기간은 크게 국가의 큰제사(大祭)에는 산재 7일에 치재 3日하는 재계도 있고, 일반인이 가묘(家廟)에서 사시(四時)에 제사를 할 때에 산재(散齋) 4일에 치재(致齋)3일 하는 7일 재계(齋戒)로부터 재숙(齋宿) 1일하는 재계(齋戒)까지 제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재계를 하는 이유는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정성(精誠)을 집중(執中)하여 신(神)을 섬기고자 하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순서(順序)는 역시 제사의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복일(卜日=祭祀할 날짜를 定함), 재계(齋戒)한 후에 제기(祭器)와 주찬(酒饌)을 진설(陳設)하고 봉주취위(奉主就位=神主를 받들고 祭祀지낼 자리로 나아감)한 후에 참신(參神=祭祀에 參與한 모든 사람이 再拜 또는 四拜함), 강신(降神=初獻官이 降神酒를 茅沙나 땅에 세 번 부음), 진찬(進饌=메, 국, 煎, 炙 등의 따뜻한 祭羞를 올림) 초헌(初獻=初獻官이 첫 번째 술잔을 올림) 독축(讀祝=祝官이 祝文을 읽음) 아헌(亞獻=亞獻官이 두 번째 술잔을 올림) 종헌(終獻=終獻官이 세 번째 술잔을 올림) 유식(侑食=술잔에 添杯하고, 메에 숟가락을 꽂고, 젓가락을 바로잡고 再拜 또는 四拜함) 합문(闔門=祭官이하 모두 잠시 밖으로 나아가고 문을 닫음), 계문(啓門=祝官이 세 번 기침을 하고 문을 열고 모두 제자리로 들어와서 茶나 熟水를 올림), 사신(辭神=祭官이하 모두 人事를 올림), 납주(納主=神主를 祠堂의 제 자리로 모심) 철상(徹床=祭床의 飮食을 撤去함)하는 순서로 하는데, 다만 신주(神主)나 묘소(墓所)앞에서 제사를 할 때에는 먼저 참신(參神)을 하고 후에 강신(降神)을 하나, 그 외의 제사는 먼저 강신(降神)을 하고 나서 참신(參神)을 한다.
  그리고 제사(祭祀)의 종류(種類)에 따라서는 음복(飮福)이나 준(餕)의 의식(儀式)이 있으니 그것은 제사를 지낸 후에 제관(祭官)이 제사 음식을 먹는 의식(儀式)이다.
  그리고 국가적 대제(大祭)나 석전(釋奠) 제사 등에서는 사배(四拜)를 하고 일반적인 가정의 제사에서는 재배(再拜)를 하는데, 남자는 재배를 하고, 여자는 사배를 하며, 주인(主人)이 초헌관(初獻官)이 되면 주부(主婦)가 아헌관(亞獻官)이 된다.

ㄹ) 제사(祭祀)의 가치(價値)
 
  그러면 제사(祭祀)의 가치(價値)를 살펴보자. 예기(禮記)에서 찾아보면 “대체로 사람을 다스리는 도(道)는 예(禮)보다 급한 것이 없고, 예(禮)에는 오경(五經)이 있는데, 제사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대저 제사라고 하는 것은 사물(事物)이 밖으로부터 이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心)에서 생겨 가운데(中)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마음으로 두려워하면서, 예(禮)를 받드나니 현명(賢明)한 사람이어야 능히 제사의 의(義)를 다한다. 현명한 이(賢者)가 제사(祭祀)를 올리면 반드시 복(福)을 받게 되나니 세상에서 말하는 복이 아니다. 복(福)이란 비(備)의 뜻이니, 비(備)란 백 가지 모든 것이 순(順)하게 됨을 이르는 것이다. 순하지 아니함이 없게 되는 것을 비(備)라고 하는 것이니, 안으로 몸을 다하고, 밖으로 도(道)에 순(順)함을 말하는 것이다. 충신(忠臣)이 그 임금을 섬기며 효자(孝子)가 그 어버이를 섬기니 그 근본은 같다. 위로는 귀신(鬼神)에 순하고, 밖으로는 군장(君長)에게 순하고 안으로 어버이에 효도(孝道)하니 이와 같이 되는 것을 비(備)라고 한다. 오직 현명한 사람이어야 능히 비(備)하고 능히 비(備)한 후에야 능히 제사를 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의 제사는 그 성신(誠信)과 충경(忠敬)을 다하여 제물(祭物)로써 받들고, 예(禮)로써 인도(引導)하고, 음악으로써 편안히 하고, 때(時)로써 참여(參與)하여 밝게 제사를 올릴 뿐이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나니, 이것이 효자(孝子)의 마음이다” 고 하였으니, 일반 사람들이 부모와 조상에게 제사를 올림에 어떤 기구(祈求)나 기복(祈福)이나 기원(祈願)의 욕심(慾心)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효자(孝子)가 아무것도 바라는 욕구나 욕심이 없이 오직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정성(精誠)과 공경(恭敬)을 다하여 제물(祭物)로써 받드는 자손(子孫)된 도리(道理)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제사(祭祀)를 바르게 올리면 복(福)을 받게 되나니, 여기의 복이란 세상에서 말하는 속된 복(福)이 아니다, 모든 일이 순(順)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제천의식(祭天儀式)을 선왕(先王)이 중시(重視)한 것은 제천(祭天)을 통하여, 천하(天下)는 하나의 가정이요, 천하(天下)의 모든 인류(人類)는 하나의 가족이라는 천하일체(天下一體)의 의식(意識)을 고취(鼓吹)하여, 전 인류(全 人類)가 서로 화합(和合)하고 사랑하는 정신을 선양(宣揚)하여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렸던 교화(敎化)의 한 방식(方式)이기도 하였기 때문이요, 공자(孔子)가 체제사(禘祭祀)를 중시(重視)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모(父母)와 조상(祖上)의 제사(祭祀)를 통하여 부모님께 효도(孝道)하고 형제자매간에 우애(友愛)하며, 일가(一家) 친척(親戚)간에 화목(和睦)하여, 가족애(家族愛), 종족애(宗族愛), 인류애(人類愛)로 확대(擴大)하게 하였으니, 제사(祭祀)의 의의(意義)는 매우 숭고(崇高)하다고 하겠다.
  공자(孔子) ․ 맹자(孟子) ․ 정자(程子) ․ 주자(朱子) ․ 퇴계(退溪) ․ 율곡(栗谷)으로 이어져 내려온 이러한 전통적(傳統的)인 제사(祭祀)가 현대에 이르러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중국(中國)과 동남아(東南亞) 일대는 400년 전부터 청(淸)나라 통치에 의하여 이미 만주족(滿洲族)의 야만스러운 제사 의식으로 변하여 버렸고, 오직 우리나라만이 지속(持續)하고 있는 전통적(傳統的)인 제사의식은 오늘날 서양 종교의 공격(攻擊)과 파괴(破壞)로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事實)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제사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은 제사(祭祀)를 하지 않는 사람들 보다 훨씬 많다고 하드라도, 제사(祭祀)의 의의를 바르게 인식(認識)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전통적인 제사(祭祀)를 바르게 계승하여 우리나라[韓國]는 물론, 이웃 중국(中國)이나 동남아(東南亞) 일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가르치고, 또 후손들에게 전하여 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또한 그 만한 가치(價値)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제사(祭祀)가 미신(迷信)이나 우상숭배(偶像崇拜)가 아니라 바로 크게는 모든 인류(人類)의 화합(和合)을 도모(圖謀)하고, 작게는 효도(孝道)의 연장(延長)으로 일가의 화친(和親)을 이루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사(祭祀)는 우리의 효문화(孝文化)를 형성(形成)하고 유지(維持)하는데 지대(至大)한 역할(役割)을 하여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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